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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 대한 경고인가 ; X-File의 묵시적 경고

엠씨뱅크 2022. 6. 2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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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File은 지난 몇 년간 국내에서 방영된 TV 외화물 중 대중의 어필에 가장 성공한 드라마다. 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추리적 요소와 드라마적 재미,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상징 등은 수석 프로듀서 크리스 카터를 세계를 움직이는 10인에 포함시켜 버렸다. 왜 크리스 카터가 세계를 움직이는 10인에 포함될 수 있었는지, 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상징의 의미는 무엇인지 풀어보려한다. 이는 물론 내 개인적인 시각으로 해석되어 졌다.

아 이거 나올 때 설레였지

이 드라마를 이끌어 나가는 두 인물, 폭스 멀더요원과 대너 스컬리 요원은 FBI의 X-File 팀원이다. X-File 팀은 과학적인 수사로 풀 수 없는 비 논리적인 사건을 맡는다. X-File 팀과 관련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두 가지 큰 장점을 갖는다. 하나는 신비한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과 비과학, 우리가 믿고 있는 진실과 거짓을 소재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뚜렷한 갈등 구조를 가진다는 점이다. 호기심과 갈등, 이 두 요소만으로도 X-File은 아주 좋은 드라마 반열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이 두 요소가 서로 어떻게 작용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멀더는 숨겨진 진실을 상징한다

대개의 수사극이 그렇듯 이 드라마도 하나의 일정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상한 사건, 과학적으로 해석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하고, 멀더와 스컬리 요원이 현장을 찾는다. 멀더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스컬리는 과학과 의학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현장에 도착한 멀더와 스컬리는 각각 자신의 지식으로 이 해괴한 사건을 풀어본다. 물론 스컬리는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사건을 해석하려 한다. 스컬리의 이러한 시각에 멀더는 계속 문제를 제기한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답변하던 스컬리의 논리는 계속되는 멀더의 질문에 결국 막히고 만다. 이 때 멀더는 자신의 해박한 지식-어찌보면 매우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인-으로 사건을 해석한다. 사건의 발생을 첫부분에 지켜본 시청자들은 멀더의 추리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수 십 년 전의 기록까지 꿰고 있는 멀더의 정보력은 각각의 인물이 현실적이라기 보다는 상징적이라는 점을 더욱 부각시킨다. 멀더의 해석 이후에 사건은 점점 해결의 기미를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드라마의 끝에서는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데 실패한다. 스컬리와 멀더의 수사는 이렇게 사건을 완전히 해결하는 데에는 거의 실패하는 팀이다. 하지만, 멀더의 X-File 팀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왜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X-File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세력을 이해해야 한다.

사건 해결 실적으로만 보면 없어지는게 맞는 팀

이 드라마에서는 미국의 권력자들이 어떤 집단에 의해 세워지고 있고 조종되고 또 필요에 의해 그 권력자들이 다시 내려진다는 전제를 가지고 진행된다. 여기서 말하는 어떤 집단은 영화상에서 케네디를 암살하기도 하고, 킹목사를 암살하기도 하고, 로스웰에 추락한 UFO에서 외계인의 시체를 인양하기도 하며, 인간과 그렇지 않은 외계의 인종을 구분할 수 있는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고, 이 과학을 이용해 외계인과 내통하고 있는 것으로 암시된다. 또 필요에 의해 인간이나 외계의 인종을 제거하기도 한다. 이들은 어릴 때 누구나 맞는 우두 주사 바늘에 묻어있는 피부 조직으로 DNA를 복제해 모든 미국인의 DNA를 비밀리에 따로 보관하고 있으며, 알려진 것보다 훨씬 앞선 의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법도 의미가 없으며, 이들은 국가 핵심 권력자라 해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아 치울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진 조직이다. X-File 팀과 이 미상(未詳)의 집단은 성격상 대조적이지만 드라마 X-File에서 이 두 세력은 공생하게 된다.

숨겨진 권력을 상징하는 인물

스컬리의 이력은 매우 화려하다. 의사로서, 그리고 과학자로서 작품 내에 등장하는 스컬리의 판단은 엄청난 고증에 의해 만들어진 객관적 진리다. 반면,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멀더의 추리와 판단은 증명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말그대로 예상과 추리로만 사건을 풀어가려 한다. 우수한 요원이라면 당연히 스컬리다. 하지만 드라마의 비중은 멀더에게 집중되어 있다. 드라마에서 객관적 진리를 역설하는 스컬리는 과학, 논리 등을 상징한다. 반면 멀더는 증명되지 않았지만 이미 알려진 진실을 상징한다.

스컬리는 사실로 포장된 거짓을 상징한다

실제 X-File에서 방영한 에피소드 한대목을 소개한다. 어떤 병원에 응급 요원으로 일하는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주로 암환자 엠뷸런스에서 응급 처치를 맡고 있다. 집안은 가난하기 이를 데 없고, 그 집에는 아주 노쇠한 어머니 한 분이 같이 살고 있다. 이 보조사의 정체는 암 종양을 먹고 사는 돌연변이 인간이다. 병원에서 암으로 죽은 시체가 없어지고, 수술한 암 종양 더미가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멀더와 스컬리가 현장에 도착한다. 스컬리는 이 사건을 평범한 시체 도난 사건으로 인식하려 한다. 논리적으로 풀이하면 아무도 암에 의해 죽은 시체를 훔쳐갈 이유가 없으며 있다면 해부학자들이나 의심해볼 일이다. 평범한 사건은 X-File이 맡지 않는다. 하지만, 멀더는 다르다. 왜 유독 암과 관련되어 있는가에 관심을 갖는다. 결국 멀더는 암환자 전문 앰뷸런스의 보조사에게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쫓는다. 이미 시청자들은 이 보조사의 실체에 대해 거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 또 멀더의 추리가 거의 정확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주인공들은 단지 실낱같은 개연성을 쫒고 있는 것이다. 보조사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인 보조사가 암종을 먹어야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몸에 암세포를 이식할 것을 보조사에게 요구한다. 보조사도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어머니의 몸에 암세포를 이식해서 생명을 이어나간다. 한편, 자신의 생존을 위해 더 많은 암종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그가 선택한 직업이 암센터 앰뷸런스 간호 보조사였고, 앞서 벌어진 사건도 그의 소행임이 밝혀진다. 이제 멀더와 스컬리는 이를 보조사에게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멀더가 자신의 추리가 옳다는 것을 확인하기 바로 직전에 스컬리를 위협하던 보조사는 죽게 되고 이 사건은 또 완결되지 않은 채 끝나고 만다. X-File에서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는 대개 이런 형식이다.

The X-Files의 네 번째 시즌의 12 번째 에피소드, 도마뱀 인간 (Leonard Betts)

이야기를 아주 간결하게 압축해보면 보편적이고 증명되지 않는 진실(암종양을 먹고 사는 간호보조사),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추리(스컬리의 분석), 비논리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은 추리(멀더의 분석)으로 정리된다. 결국 비논리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은 추리가 더 진실과 가깝다는 결론이다. 이 엉뚱한 결론이 바로 X-File의 강점이고 또 탁월한 점이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다고 사실이 거짓이 되는 건 아니다.

재판에서 증거가 없다고 범죄나 피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논리와 객관을 중요시하지만 그렇지 만은 않다는게 X-File이 전달하려는 메세지다. 가장 깨끗한 사람들이 모여 정치를 해야 하지만 어느 나라나 정치인은 그렇지 못하고, 그래서 스컬리처럼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추적해보면 그 사람들은 오히려 깨끗하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다. 그들이 시정 잡배들과 하나도 다를바 없다는 것을. 하나 하나 따지고 보면, 다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지만, 그들은 자신의 이익에 매우 민감하고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지나친 권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또 추적해보면 그들처럼 선한 사람이 없다.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깨끗하다고 해서 진정 깨끗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세계는 논리와 객관 자체가 잘못 설정되어 있는 것일까? 우리가 믿고 있고 또 알고 있는 논리와 객관이 잘못된 것일까? 이런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크리스 카터는 매우 왜곡되어 있고, 진실이 철저하게 숨겨진 세계를 X-File에서 보여준다.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불합리하다는 얘기다. 불합리한 세계이기 때문에 엉뚱한 결론에 도달 할 수 있고, 멀더의 추리가 진실이며,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인식은 옳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윗선에서 매일 찍히면서도 팀을 지원하는 스키너 부국장

그럼 그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의미는 뭘까? X-File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비현실적이다. 드라마 밖에서는 거의 진실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멀더의 추리는 정말 공허한 것이 되고 만다. 드라마 안에서는 최소한 멀더의 추리가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진실이 존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멀더가 쫓는 외계인의 존재는 드라마 밖 현실에서는 거의 증명할 수 없다. 현실과 동일한 상황에서 드라마 속 멀더가 외계인을 쫓는다면 시청자의 멀더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평범한 추리극에 지나지 않을 소재들을 가지고, 현실에 대해 일정한 관점을 제시하기 위해 특수 권력자들의 존재는 당연한 결과였다. 혼돈하기 쉬운 대상들이지만, 드라마 속 등장 인물들이 생각하는 진실, 그리고 멀더가 쫓는 진실은 엄밀히 다른 진실이고, 멀더가 쫓는 진실의 실체는 바로 특수 권력자들인 것이다. 이 구조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이러한 특수 권력자들이 실존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다. 케네디의 암살과 킹목사의 암살, 로스웰에서 발생한 미확인 비행물체의 추락 사고 등은 현실적 소재이고 또 아직까지 미스테리에 싸여있다. 역사적인 미스테리에 예술적 상상력이 곁들여진 이 얼굴없는 권력자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다.

I want to believe.

(난 거짓을 인정할 수 없기에 내 생각을 믿는다)

멀더의 방에 걸린 UFO 사진에는 “I want to believ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왜 이 문구가 적혀 있을까? 그것도 항상 카메라에 잡히기 쉬운 구도로 벽에 걸려있다. 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는 불합리한 현실. 그 현실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진정 그들이 깨끗하고, 권력을 쥔자들이 정말 옳기 때문에 그들을 따르는 것처럼, 묵묵히 생활하고 있는 우리들은 분명히 알고 있다. 어떤 부조리가 이 사회에 만연해 있으며, 그 부조리에 고개숙이고 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언제든지, 정말 지금 당장에라도 그들의 시커먼 속을 낱낱이 파헤치고 진정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을. 엄중히, 정말 그들의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X-File에서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린 계속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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